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고 이제 긴축의 시대다. 경기를 떠받치기 위해 돈을 풀던 유동성의 시대도 끝을 맞는다. 영끌(영혼까지 투자), 빚투(빚으로 투자) 등 공격적 투자를 택하기 쉽지 않다. 오히려 투자 자산을 분산해 안정적 수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의 새로운 재테크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17일(한국시간) 3년만에 현재 0.00~0.25%인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며 긴축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연준은 또 올해 남은 6번 회의 때마다 금리를 올릴 수 있음을 시사했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예견된 수순이었다. 치솟는 인플레이션과 자산 가격을 잡기 위한 당연한 조치였다. 코로나19 이후 과잉 공급된 유동성은 40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초래했다. 자산 가격이 급격하게 뛰면서 버블에 대한 두려움도 커졌다.
2000년대 중반 미국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그린 영화 '빅쇼트'의 실제 주인공인 마이클 버리 사이언에셋 창업자는 현재 미국 주식시장이 1929년 경제 대공황 직전이나 1990년대 말 닷컴버블 당시보다 거품이 더 많이 끼어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주식 PER(주가수익비율)은 1929년 33을 기록했고 2000년에는 45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PER은 40이다.
미국의 저명한 투자자이자 헤지펀드 GMO의 공동창업자 제레미 그랜섬도 현재 미국 주식시장이 전례없이 과열됐다고 경고했다. 그랜섬은 "(미국 주식의) 거품이 언제든지 터질 수 있다"며 몹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게 될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버블 논란에 빠진 미국의 부동산이나 주식시장이 갑작스러운 조정을 겪게 되면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제에도 충격이 불가피하다.
결국 해결책은 돈줄을 죄는 수밖에 없다. 연준이 더 이상 풀린 달러를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한 이유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국가에겐 부담요인이다. 미국 금리 인상이 글로벌 자금의 신흥국 이탈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2015~2016년 미국이 금리 인상을 단행했을 때 25개 신흥국에서 빠져나간 외국인 포트폴리오 자금 유출 규모는 총 242억 달러에 육박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이 2000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통화정책 충격에 대한 주가 반응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미 연준이 금리를 1%포인트 인상하면 코스피 지수가 약 8%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긴축 충격이 발생하더라도 1~2개월 후에는 코스피 지수와 개별종목 주가 모두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과거 금리인상과 인플레이션 시기에 증시는 경기침체가 아니라면 금리인상초기에 조정을 겪고 상승 추세를 이어갔다"면서 "그 배경에는 경제 상황이 금리인상을 지지해줄 수 있는지가 중요했다. 따라서 인상 국면에서도 통화정책에 의해 경기가 오버킬(overkill) 되지만 않는다면 증시의 상승 추세는 유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 자산시장의 돈 잔치가 끝나고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시대의 문턱을 넘고 있는 상황에선 이 고통스러운 시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다. 돈 흐름을 좇아 과감하게 재테크 새판짜기에 나설 시점이 도래한 것이다.
정연규 SNI삼성타운금융센터 지점장은 "연초 미 연준의 긴축 선회로 마이너스상태였던 실질금리가 축소되며 주식에서의 기대수익률 둔화는 불가피하다"면서 "중장기 금리형자산 투자를 통해 매력적인 금리로 수익을 확정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세호 한국투자증권 GWM센터 팀장은 "금리인상이 완만한 경로로 올라간다면 배당주 등 주식 투자도 나쁘지 않은 대안이 될 수 있다"면서 "급하게 올리는 구간에서는 부동산 등 모든 투자자산에 대해서는 경계를 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조언했다.